'인류의 숙원' 노화… 미토콘드리아에 답 있다?

2022.06.15 20:25 1,16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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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엔진'
기존 치료제는 증상 완화·지연에 초점
"자동차 엔진 교체하듯… 새 치료제는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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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노화와 미토콘드리아와의 연관 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최용수 차의과학대학교 바이오공학과 교수. /사진=장동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향하면서 사람들의 외부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마스크를 벗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이런 활발한 활동은 일상회복의 신호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건강을 크게 해치는 일이 될 수 있다.

신체 세포와 같은 유기화합물은 산소와 결합하면 이산화탄소와 물, 탄수화물 형태의 에너지를 생성한다. 과식이나 격한 운동을 한 경우 음식물을 분해·소화하기 위해 신진대사가 빨라지고 몸은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와 물,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신진대사가 빨라진다는 것은 세포 활동이 활발하고 산소 소비량도 많았다는 의미다.

산소 소비량이 많아지면 몸은 급속도로 노화된다. 마치 유기물이 산소를 만나 에너지와 물·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연소 반응식과 일치한다. 자신의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이 노화를 오히려 앞당기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간 노화와 관련해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연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포 호흡에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를 활용해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서다.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흔히 신약 하나를 개발할 때 10년의 시간과 1조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더군다나 관련 기술이 부족한 세포치료제 분야라면 시간과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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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최용수 교수가 미토콘드리아 치료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미토콘드리아 주목한 줄기세포 연구자

줄기세포 연구자인 최용수 차의과학대학교 바이오공학과 교수는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토콘드리아 연구에 뛰어든 대표적인 연구자다.

최 교수는 10년전 미토콘드리아 연구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우연히 읽은 미토콘드리아 치료 관련 논문이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10년 전 골수, 지방, 제대혈, 태반, 탯줄 등 다양한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치료기전이 모호하고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대두돼 기능이 강화된 줄기세포를 개발하려는 분위기가 한창이었다"면서 "그러던 중 줄기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된 세포의 대사를 되살리고 질병을 치료했다는 연구논문을 읽은 뒤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연구 배경을 술회했다.

연구 초기 그는 인간의 노화와 연소작용 동일성에 집중했다. 유기물이 산소를 만나 에너지와 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연소작용과 미트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호흡하는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같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대신 그 부산물로 활성산소를 만들어내는데 이 활성산소는 세포 내에서 유전자나 단백질을 만나면 쉽게 반응해 세포를 손상시킨다"며 "미토콘드리아가 고장이 나면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게 되고 반대로 너무 과하게 에너지를 만들게 되면 활성산소가 넘쳐나게 되는 것이다. 이 작용을 잘 조절할 수 있다면 새로운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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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교수가 미토콘드리아를 설명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자동차 엔진 교체하듯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건강한 것으로 대체"

최 교수가 연구하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기술은 크게 두 가지다. 줄기세포에 미토콘드리아를 주입해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과 미토콘드리아 자체를 직접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준비한 미토콘드리아를 5분 안에 90% 이상 필요한 세포 안으로 전달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의 연구와 다른 점은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생기면 특정 약물을 이용해 그 문제를 개선하려고 했다. 다만 이런 접근 방법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근본적으로 다시 복구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 방법은 증상을 지연 또는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치료제라는 설명이다.

미토콘드리아를 주성분으로 하는 최 교수의 기술은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로 대체해 근본적인 손상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최 교수는 "자동차의 엔진이 고장 난 경우 이 엔진을 새것으로 교체해 주는 것과 같이 세포의 엔진에 해당하는 미토콘드리아가 고장이 난 경우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외부에서 채취해 인위적으로 세포 내로 넣어주는 것이다"라며 "세포 내부로 들어간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는 활성산소의 양을 낮추고 전체적으로 기능이 저하된 대사기능을 복구하여 세포의 활력을 복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가 미토콘드리아를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법을 생각한 것은 미토콘드리아가 지니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도 세포 호흡을 오래하게 되면 죽거나 망가지게 되는데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보다 늘어날 경우 신체 조직도 함께 망가지기 시작한다. 노인의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운동해도 근육이 잘 안 생기는 것도 에너지를 소비·생성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퇴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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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최용수 교수 연구팀과 휴먼셀바이오와 공동개발하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건병증 치료제가 국가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최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치료제가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사진=장동규 기자

멀지 않은 미토콘리아 치료제 개발… 국가 개발과제 선정

미토콘드리아를 주성분으로 하는 신약을 개발하는 벤처회사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현재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개발 수준은 초기 단계다. 개발을 위한 기반 기술들도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올 4월 최 교수 연구팀과 (주)휴먼셀바이오가 추진하는 '줄기세포유래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한 건병증 치료제 개발' 과제가 정부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과제에 선정돼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개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건병증(Tendinopathy)은 반복적인 과사용에 의해서 발병하는 질환으로 건에 염증과 세포외기질의 파괴가 수반되는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 국내에서도 한해 81만명의 환자가 발생하며 진료비가 1228억원에 달한다.

아직까지 미토콘드리아 원인성 질환을 치료하는 치료제는 없다. 최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치료제 개발을 통해 수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목표다.

최 교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미토콘드리아 원인성 질환이 300여종이 넘지만 아직 허가 받은 치료제는 없다. 미토콘드리아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도 현재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약물(MitoQ)이 존재하지만 질병의 유발을 예방 또는 지연시키는 정도의 효과를 예상할 뿐 근본적인 치료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미토콘드리아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수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삶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노화와 관련된 질병들도 극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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