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도 못 멈추는 노화시계, 답은 ‘미토콘드리아’에 있다

2021.06.19 01:37 1,51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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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에도 많은 이들이 매주 '불타는 금요일'(불금)을 즐긴다. 퇴근 후 친구들과 만나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걸친다. 끝이 아니다. 집에서 '치맥 파티'까지 이어진다. 이런 생활은 어떤 이들에게 유일한 낙이지만, 건강을 크게 해치는 일이다. 신체 세포와 같은 유기화합물은 산소와 결합하면 이산화탄소와 물, 탄수화물 형태의 에너지를 생성한다. 과식한 경우 음식물을 분해, 소화하기 위해 신진대사가 빨라지고, 몸은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와 물,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신진대사가 빨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세포 활동이 활발했으며, 산소 소비량도 많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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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산소 소비량이 많아지면, 몸은 급속도로 노화된다. 우리 몸의 이런 생물학적 작용은 유기물이 산소를 만나 에너지와 물·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연소 반응식과 일치한다. ‘불금’을 즐기는 행위는 실제 몸을 불태우는 것과 같은 셈이다. 인간은 자신의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지만 운동을 많이 한다고 노화를 늦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늙지 않는 영원한 삶'이란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생물학자가 풀어야 할 궁극적 과제이지만, 아직 뾰족한 해법은 찾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불로장생을 위한 해법으로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연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포호흡에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를 배양해 사람 몸에 주입함으로써 노화를 늦추거나 아픈 곳을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서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사용해 세포호흡,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인 ATP(Adenosine triphosphate)를 생산하는 세포 소기관으로 에너지 생산 공장으로 불린다. ATP에 저장된 에너지는 물질이동·신호전달 등 몸의 모든 생명 작용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며, 호흡이 활발한 세포일수록 미토콘드리아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세포호흡이 벌어지지 않으면 생명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생산할 수 없어 사람은 목숨을 잃게 된다.

문제는 산소다. 사람이 숨을 쉬거나 미토콘드리아가 세포호흡을 해 에너지를 만들 때마다 부산물로 라디칼(짝짓지 않은 전자를 가지는 원자단)이 생성된다. 라디칼은 짝을 짓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정하고 유전자 세포나 단백질을 만나면 쉽게 반응해 세포분자를 깨버린다. 몸속에서 급격한 화학 반응을 일으켜 퇴행성 질환이나 암 등을 유발한다. 라디칼의 체내 화학 반응이 인간 노화의 원인이다. 소식이 장수의 비결이라는 이유도 산소 소모량 때문이다.  

과다한 산소 소비는 미토콘드리아의 수명도 단축한다. 미토콘드리아가 죽거나 망가지면 신체 조직도 함께 망가지기 시작한다. 예컨대 간 기능이 퇴화하는 것은 오랜 기간 스트레스를 받은 간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제대로 못 만들어내 생화학 작용을 못 하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파킨슨병도 죽은 미토콘드리아가 축적돼 뇌 신경 조직이 망가져서 발생하며, 나이 들수록 잔병치레가 많아지는 것도 면역력 재생 기능이 떨어져서다. 노인의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운동해도 근육이 잘 안 생기는 것도 에너지를 소비, 생성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퇴화해서다.  

#영국, 유전병 막기 위해 '세 부모 아기' 시행

미토콘드리아는 유전병과도 관련이 있다. 가족력 질환이 모계유전인 이유도 미토콘드리아 때문이다. 난자와 정자가 만날 때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는 없어지고, 엄마의 미토콘드리아만 생성돼 아이에게 유전돼서다. 모계의 미토콘드리아 문제가 있으면 아이도 100%의 확률로 유전병을 얻게 된다. 이에 영국은 2015년부터 '세 부모 아기(Three-Parent Baby)'라는 제도를 시행 중이기도 하다. 엄마가 유전병이 있을 경우 다른 여성의 정상적 미토콘드리아를 얻어 아이에게 유전시키는 것이다.  

이런 생물학적 원리를 거꾸로 해석하면 노화를 없애는 방법은 뜻밖에 쉽게 도출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를 주기적으로 보충하거나, 손상을 복원해 노화나 죽음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설을 실체화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며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쓰인 바 있다. 2018년 7월 미국 보스턴아동병원에서 엄마 배 속에 있던 아기의 심장이 멈추는 일이 생겼다. 당시 시타람 에마니 교수는 태아의 근육에서 미토콘드리아 10억 개를 추출해 태아의 심장근육에 주입해 태아를 살려 큰 화제를 모았다.  

미토콘드리아 연구에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스텔스바이오테라퓨틱스는 근육위축증·바스증후군 등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2019년 2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러시아 국영기업 러스나노가 운영하는 미토텍도 수준 높은 노화 방지기술을 보유 중이다. 
 

#항암제 등 약물 전달 플랫폼 활용 가능성도 


미토콘드리아는 약물 전달체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는 항암제 말고도 미토콘드리아를 플랫폼 삼아 치료제를 세포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의 치료법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이스라엘의 미노비아가 세포 치료제 임상 2상까지 진행하며 치료제 개발이 탄력받고 있다. 가깝게는 자신의 미토콘드리아를 배양해 체내에 주입함으로써 피부를 복원하는 등의 미용 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미토콘드리아를 세포에 주입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생존율을 비약적으로 높인 기술이 개발됐다. 


이 주입 기술을 개발한 최용수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는 "많이 배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순도·고효율 분리, 저장 등 응용 기술이 뒷받침돼야 미토콘드리아를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며 "환자들의 고통이 큰 희귀질환부터 연구의 속도를 올려 관절염·근염 등 적용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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