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타깃으로 ‘스마트한 항암제’ 개발
2020.06.0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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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콘드리아’ 타깃으로 ‘스마트한 항암제’ 개발
선택적 세포 에너지원 차단…특정 종양세포 사멸 유도한 연구 속속
박선혜 기자 | loveloveslee@yakup.com 기사입력 2019-12-24 06:00 최종수정 2019-12-24 10:09
세포의 에너지원으로 작용하는 ‘미토콘드리아’를 타깃해 특정 종양세포만을 사멸시킬 수 있어 ‘스마트한 항암제’의 개발에 이목이 집중됐다.
국제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게재된 한국연구재단 연세대 한정민 교수팀의 논문에서는 암 세포의 주 영양분인 글루타민을 세포 안까지 전달하는 ‘미토콘드리아 글루타민 수송체’를 발견했다.
글루타민은 혈액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아미노산으로 세포 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작용한다. 암세포는 이 글루타민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연구팀은 특정 유전자(SLC1A5)에서 만들어진 유전자 변이체가 글루타민을 미토콘드리아까지 수송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실제 SLC1A5 유전자 변이체의 발현을 억제한 실험쥐에 췌장암 세포를 이식한 뒤 25일 동안 관찰한 결과, 암 조직이 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조군은 암 덩어리의 부피가 1천 세제곱 밀리미터(㎣)로 증가했다.
한정민 교수는 "암세포 신호전달경로를 억제하는 항암제는 저항이 쉽게 생길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며 "암세포의 성장과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략하는 대사 항암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멀레큘러 셀(Molecular Cell)'에 게재된 마운트 사이나이 헬스 시스템(Mount Sinai Health System) 과학자들은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안에 있는 특정 단백질과 협응해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MDM2 유전자의 새로운 항암 작용을 발견했다.
MDM2 유전자의 복제형이 늘어나면 암세포의 세포 과정이 교란되고 항암 신약 누트린-3A(nutlin-3A)가 MDM2와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의 '암세포 사멸 유도' 작용을 강화했다. 이는 기존 항암제와 미토콘드리아를 응용한 약물의 병용 요법으로 항암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미토콘드리아의 기전을 이용해 항암제 신약개발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바이오 업체들은 ‘대사 항암제’ 개발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임바이오의 ‘스타베닙(NYH817100)’은 표준치료에 실패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이는 암세포의 에너지대사를 차단하는 항암제로 미토콘드리아의 산화적 인산화 과정에서 NADH를 이용해 다량의 에너지를 생성하는 전자전달계와 암세포가 특이적으로 과발현돼 있는 NADH 생성효소인 아세트알데히드탈수소효소를 동시에 억제해 암세포만 굶겨 죽이는 원리다.
파이안바이오의 ‘PN-301P’는 항체를 붙인 미토콘드리아를 특정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 질환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신호전달물질 단백질에 문제가 생겨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지 않는 암세포에 정상적인 단백질을 붙인 미토콘드리아를 들여보내면 기존 비정상 미토콘드리아가 사멸하고 암이 치료되는 기전이다. 이는 내년 쯤 임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라파엘파마(Rafael Pharmaceuticals)는 새로운 미토콘드리아 억제 방식에 따른 전이성 췌장암 환자 치료제로 세계 최초 개발 중인 대사항암제 물질 ‘CPI-613(Devimistat)’의 임상3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을 줄인 4세대 항암제로 대사 항암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한 연구들이 차츰 성과를 보이면서 차후 표적된 암세포만을 치료하는 새로운 '스마트한 항암제'의 출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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