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치료, 100년간 헛짚었나…미토콘드리아 ‘뇌 이식’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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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엔 아직 치료제가 없습니다. 증상을 늦춰주는 약물만 있을 뿐입니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사람들은 특히 알츠하이머병에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아시아인에게 많은 ‘APOE4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 유발 인자 중 하나라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뾰족한 치료법을 못 찾은 채 헤매던 알츠하이머병 학계에서 ‘이 병을 100년 동안 잘못 이해한 게 아닌가’ 하는 얘기가 최근 나온다고 합니다. 무슨 소리일까요.
다룰 내용
① 알츠하이머병과 미토콘드리아의 관계
② 미토콘드리아를 어떻게 이식할까
③ 미토콘드리아를 평소에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알츠하이머병을 발견한 독일의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는 1906년 심각한 기억력 장애로 사망한 여성 환자의 뇌에 단백질 찌꺼기가 잔뜩 끼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때부터 의사들은 ‘단백질 찌꺼기’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 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 치료제 개발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최근 학계에선 ‘단백질 찌꺼기’ 대신 ‘미토콘드리아’에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몸속 세포마다 수백 개, 수십만 개씩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에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열쇠가 숨겨져 있다고 보는 겁니다.
‘세포 발전소’ 미토콘드리아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 있는 초소형 발전소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포도당과 산소를 소비해 세포의 에너지인 ATP를 만듭니다. 그 힘으로 모든 동식물이 살아갑니다. 우리 몸에도 적혈구를 제외하곤 모든 세포에 다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습니다. 적혈구는 산소를 나르는 일꾼이라 산소를 쓰면 안 되기에 미토콘드리아가 없습니다.
말하자면 미토콘드리아는 기름을 먹고 동력을 만드는 자동차 엔진과 같습니다. 자동차가 연식이 차면 엔진 성능이 떨어지듯 미토콘드리아도 나이가 들수록 성능이 떨어집니다. 낡은 차가 독한 매연을 내뿜듯, 늙은 미토콘드리아는 찌꺼기도 많이 내놓습니다.
미토콘드리아 이식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인 클라우디오 소토(Claudio Soto) 미국 텍사스대 의과대학 신경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가 낡으면 오래된 부품을 교체하듯 손상이 누적된 미토콘드리아도 건강한 것으로 교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미토콘드리아 성능에 가장 좌우되는 신체 기관은 뇌입니다. 우리 뇌는 몸무게의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에너지는 20%나 소비합니다.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비하는 만큼 미토콘드리아 효율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미토콘드리아 효율이 떨어지면 뇌세포 작동도 부실해집니다. 찌꺼기까지 많이 생기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그 결과가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이라는 게 이 분야 연구자들의 주장입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에선 미토콘드리아가 건강한 사람 절반밖에 안 됐습니다. 그나마 기능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소토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본적으로 뇌는 늘 에너지에 굶주려 있습니다. 제 아이디어는 이 기능이 떨어진 뇌에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보충해 주자는 겁니다. 그러면 에너지가 회복되고 세포도 더 잘 작동할 겁니다. 단백질 찌꺼기가 쌓여 손상을 일으키는 상황에도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신경 퇴행성 질환에 대한 미토콘드리아 영향설을 증명하는 놀라운 발견이 2년 전 있었습니다. 테라조신, 독사조신, 알푸조신 같은 전립샘비대증 치료제를 먹은 남성들이 뜬금없이 파킨슨병에 덜 걸렸다는 사실입니다. 이 약을 먹은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최대 37%까지 떨어졌습니다.
테라조신, 독사조신, 알푸조신 등은 전립샘 주변 근육을 느슨하게 해 소변을 시원하게 보게 해줍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포도당을 분해하고 ATP를 생성하는 효소도 활성화한다는 것입니다. 포도당 분해와 ATP 생성에 특화된 기관이 뭐였죠? 바로 미토콘드리아입니다. 즉 미토콘드리아 활동을 촉진해 파킨슨병을 막아줬다는 겁니다.
치매 환자를 위한 ‘미토콘드리아 이식’
그래서 최근 의료계에선 신경 퇴행성 환자 뇌에 미토콘드리아 이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 이식은 이미 동물실험에선 효과가 입증됐습니다. 2019년 이스라엘의 하다사 헤브루대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에게 미토콘드리아 주사를 놨더니 기억력이 향상됐습니다. 한 번 주입했을 때 13일 동안 효과가 지속했습니다.
인간에게 이식한 사례도 있습니다. 2018년 보스턴 아동병원 의사들은 심장 수술 이후 산소 고갈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미토콘드리아를 이식해 성공했습니다.
소토 교수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뇌세포에서 잘 작동하는 미토콘드리아를 선별한다”며 “이 미트콘드리아를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에 걸린 동물의 혈액에 주입했을 때 전형적인 뇌 손상이 상당히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 세포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흔한 기관이라 구하는 건 문제가 안 됩니다. 문제는 ‘뇌’에 집어넣는 방법입니다. 우리 뇌는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 뇌혈관엔 강력한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습니다. 뇌혈관에 있는 ‘혈액뇌장벽’은 웬만한 물질은 침입하지 못하게 해서 감염을 철저히 차단합니다. 소토 교수는 “뇌 속에 미토콘드리아를 넣기 위해 초점 초음파로 혈관 벽을 일시적으로 헐겁게 하거나 코로 미토콘드리아를 흡입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직 미토콘드리아 이식이 표준 치료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치매 환자의 희망이 될지도 모릅니다. 소토 교수는 “언젠가 미토콘드리아 이식은 신경 퇴행성 질환자와 발병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큰 위안이 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토콘드리아 건강법
신경 퇴행성 질환의 징후가 보이기 전에 미토콘드리아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운동입니다.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펑펑 내도록 자극해 주면 신경 퇴행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는 식단 조절입니다. 미토콘드리아가 더 적은 연료로도 에너지를 만드는 환경을 만들어 줘 효율을 스스로 높이도록 돕는 겁니다. 하루 섭취 필요 열량의 20%를 줄이면 수명도 늘리고 뇌 건강도 좋아진다고 합니다. 특히 포도 껍질에 있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은 노화한 미토콘드리아를 건강한 것으로 대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불로장생의 꿈: 바이오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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