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의 미토콘드리아 세상] 염증억제와 세포재생을 유도하는 미토콘드리아 신약 개발
2022.01.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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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용수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이번 연재에선 미토콘드리아를 통한 염증반응과 세포재생 신호에 대해 고찰하려 한다. 더 나아가 미토콘드리아 신약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세포치료제 분야에서 미토테라미 기술의 확장성에 대해 알아본다.
DAMP와 미토콘드리아 메시지
체내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면역세포는 이를 인지하고 염증을 유도하는 물질인 TNF-α와 케모카인을 분비한다. TNF-α는 감염 여부를 가리지 않고 세포를 죽인다. 바이러스가 숙주로 활용하는 세포를 없애 증식을 차단하는 것이다.
케모카인은 주변의 대식세포와 호중구, 단핵구 등의 지원군이 감염 부위를 잘 찾아올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감염 부위의 세포들은 아폽토시스(자가사멸)나 세포 괴사의 일종인 네크롭토시스에 의해 세포막이 터져 죽는다. 줄기세포는 DAMP를 세포들의 구조신호로 인지한다. DAMP 신호를 따라 줄기세포는 위험에 처한 세포가 있는 곳을 찾아 이동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줄기세포는 세포 밖으로 자신의 미토콘드리아를 분비하거나 죽어가는 세포에 직접 전달한다.
이때 세포 밖으로 분비된 자유 미토콘드리아가 주변 세포에 들어가 TNF-α에 의해 기능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대체하면서 죽어가던 세포를 살려낸다.
줄기세포에서 방출된 자유 미토콘드리아는 염증반응에 참여하는 면역세포에도 전달된다. 면역세포는 감염인자에 의해 활성화된 상태가 지속되면 탈진 상태가 돼 자가사멸에 이른다. 줄기세포에서 분비된 미토콘드리아는 탈진에 다다른 면역세포의 대사를 안정시킨다.
비활성화된 T세포를 조절T세포로 분화하도록 유도해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효과도 있다. 세포괴사로 유출된 미토콘드리아는 면역 세포에겐 염증반응을 촉진하는 신호로, 줄기 세포에겐 구원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반면 줄기세포가 방출한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는 염증반응을 잠재우고 죽어가는 세포를 되살리는 기능을 한다. 이들 세포 간 균형이 무너지면 질병이 더 심해진다.
미토테라피는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체내에 이식하는 치료법으로 염증반응과 세포 재생 사이에서 무너진 균형을 회복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미토테라피에 기반한 신약개발에 쓰일 핵심기술을 알아보자.
염증반응을 촉진하는 미토콘드리아나 세포의 조절 장애로 미토콘드리아에서 유래한 DAMP 물질들이 방출된다.
① 최적의 미토콘드리아를 얻기 위한 세포주 선별
줄기세포 외에도 세포 밖으로 미토콘드리아를 배출하는 세포들이 존재한다. 세포 종류가 다르면 미토콘드리아의 크기·모양·기능에서도 차이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적응증에 최적의 효능을 보이는 미토콘드리아를 확보할 수 있는 세포를 발굴해야 한다.
줄기세포처럼 증식이 빠른 세포에서 나오는 미토콘드리아는 크기가 작고 미토콘드리아의 내막에 있는 주름인 크리스테가 덜 발달돼 ATP 합성량과 활성산소(ROS) 발생량이 적다.
반면 근육, 간과 같이 분화가 많이 된 세포에서 유래한 미토콘드리아는 ATP 합성량과 ROS 발생량이 많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간 특성 비교를 통해 치료제 개발에 적합한 세포를 대량 확보하는 기술이 선행돼야 한다.
② 미토콘드리아 대량 분리 기술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미토콘드리아의 양을 확보하려면 선정한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해야 한다. 대량 확보한 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를 고순도·고효율로 분리하는 공정개발도 요구된다. 순도가 낮아지면 분리해낸 미토콘드리아가 체내에서 DAMP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③ 분리한 미토콘드리아 장기 보관 기술
세포 밖으로 나온 미토콘드리아는 핵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을 더 이상 공급받을 수 없어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이 약해진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보관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장기 보관이 가능한 용액을 개발하는 게 해답이 될 수 있다. 특히 장기간 동결 보관한 뒤 해동했을 때에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④ 품질관리를 위한 세포주 및 미토콘드리아 표준화 기술
배양된 세포주와 이 세포주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의 특성 분석을 기반으로 품질 관리를 위한 기준 및 시험법 구축도 필요하다. 세포주 및 분리된 미토콘드리아의 함량·순도·확인법을 구축하고 효능을 가늠할 수 있는 역가 분석법도 세워야 한다. 적응증별로 치료 효능 기전에 따른 역가 지표를 설정하고, 확립된 제형에서 안정성 시험을 수행하고 유효 기간을 설정하는 작업 등도 필요하다.
미토콘드리아 DAMP 인자를 위험신호로 인지한 줄기세포는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분비하게 된다(좌). 이러한 기전을 활용해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치료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우).
미토콘드리아를 주입하는 방식의 세포치료제에 대해 더 살펴보자. 이스라엘 미노비아테라퓨틱스는 희귀질환인 피어슨증후군을 대상으로 미토콘드리아가 전달된 조혈모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환자의 골수에서 추출한 조혈모세포에 건강한 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를 넣은 뒤 체내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시간은 이틀 가까이 걸리지만 환자 줄기세포와 미토콘드리아를 한 배지에 넣은 뒤 배양하면 해당 미토콘드리아가 들어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보다 빠른 시간 안에 미토콘드리아를 주입한 세포를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필자는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체외에서 세포 안으로 쉽고 빠르게 미토콘드리아를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고효율로 미토콘드리아가 증강된 세포를 5분 만에 제작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활용해 조혈모세포가 아닌 골수, 지방 등의 성체줄기세포에도 미토콘드리아 주입을 적용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를 삽입한 줄기세포치료제를 mtDNA의 변이로 인한 유전질환에 적용할 수도 있다. 환자 세포에 정상 미토콘드리아를 전달해 세포 특성을 바꾼 뒤 대사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는지를 세포 수준에서 먼저 확인할 수도 있다. 향후 mtDNA가 변이되지 않은 미토콘드리아를 주입한 환자 유래 성체줄 기세포를 제작한 뒤 이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최근 주목받는 항암 면역세포치료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항암 단백질을 합성하기 위해선 다량의 ATP가 필요하다. 필자가 다양한 면역세포에 미토콘드리아를 전달한 뒤 항암 능력 변 화를 분석한 결과, 혈액암 세포에 대한 살상 능력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걸 확인했다. 다른 고형암 세포주에서도 살상 능력이 증가했다.
주목할 부분은 세포배양 없이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줄기세포와 면역세포의 활성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개발 중인 세포 치료제들은 2~3주간 체외 배양을 거쳐야 활 이 증가된 세포를 확보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를 주입하는 방식을 이용하면 세포배양 없이 활성도가 2배 늘어난 세포를 제조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엔지니어링을 통한 플랫폼 기술
미토테라피 기술을 플랫폼 기술로 개발할 수도 있다. 우선 특정 세포에 대한 표적화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 정맥주사로 주입한 미토콘드리아가 체내 특정 세포에 많이 전달될 수 있도록 미토콘드리아 표면을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암세포, 간세포, 신장세포, 심장세포, 신경세포 등 특정 세포에서만 발현되는 수용체와 부착할 수 있는 단백질을 미토콘드리아 외막에 만들어주는 것이다. 특정세포에 부착이 가능한 이중항체 기술을 접목해 표적화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의 개념과 유사한 미토콘드리아약물접합체(MDC)를 만들 수도 있다. 기존 항체는 표적화 기능만 있지만 MDC는 미토콘드리아 자체가 갖고 있는 염증 억제, 재생 등의 효과를 함께 살려 탑재할 약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미토콘드리아가 뇌혈관 장벽(BBB)을 넘어 뇌신경 조직에서도 관찰된다는 점이다. 미토콘드리아를 체내에 주입한 뒤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뇌조 직에서도 체내 주입된 미토콘드리아가 존재하는 게 확인됐다. 뇌신경 조직에 전달하기 어려웠던 약물을 미토콘드리아와 결합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혈액 내 미토콘드리아 활성 진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혈액 검사를 통해 DAMP로 작용하는 인자들의 양과 정상 미토콘드리아의 활성도를 체내 염증반응을 확인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다. 혈액 속 미토콘드리아와 DAMP 인자들을 진단한 뒤 맞춤형 미토테라피를 제공할 수도 있다.
미토테라피를 통한 ‘웰에이징’
마우스의 대사 속도는 인간보다 약 7배 빠르다. 수명은 길어야 2~3년이다. 개체의 크기와 수명 간 상관관계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몸집이 커질수록 수명이 길다. 크기가 커진 만큼 체온을 유지하는 효율이 높아지고 대사의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활성산소도 적게 발생한다.
이러한 규칙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조류는 몸의 크기에 비해 수명이 긴 편이다. 학계에선 그 이유 중 하나로 미토콘드리아의 수를 주목하고 있다. 장거리를 날아다니는 새의 비행 근육세포에는 다른 동물들의 근육세포보다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많은 편이다. 이 근육세포는 비행하지 않을 때는 ATP를 합성하는 대신 열을 발산해 더 적은 활성산소를 내놓는다.
학자들은 체구가 비슷한 동물에 비해 더 많은 양의 미토콘드리아를 확보함으로써 조류의 수명이 늘어났을 확률이 높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의학 발달로 인류는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자신의 줄기세포를 많이 배양해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정기적으로 몸속에 넣어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만성염증이 줄어 들고 염증반응과 세포 재생의 균형이 잘 맞게 되면서 인류를 괴롭혀온 고질적인 퇴행성 질환에서 해방되는 날이 오진 않을까.
아직 치료제가 없는 미토콘드리아 원인성 희귀질환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숙원인 수명 연장의 꿈을 이룰 순 없을까.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로 ‘건강하게’ 장수하는 시대가 오길 기대한다.
외래 미토콘드리아를 세포 속으로 전달하는 방법
최용수
인하대에서 생물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2009년 차의과대 바이오공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줄기세포를 연구하던 중 2014년 줄기세포가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손상된 다른 세포에 전달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읽고 미토콘드리아 연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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