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장은 전통적인 합성의약품에서 단백질 기반 의약품, 항체의약품, 세포치료제, 유전자 치료제와 같은 바이오의약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현재도 수많은 바이오의약품이 임상시험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질병 극복에 도전하고 있다.
불임 치료로 시작된 미토테라피
미토콘드리아는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약물의 표적이 됐지만 미토콘드리아 자체를 치료제로 직접 사용하는 경지까지 신약 개발 역량이 올라온 건 최근의 일이다. 아직은 세계적으로 사례가 많지 않지만 질병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로 미토콘드리아 기반 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인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유형은 체내 주입 방법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난자 등의 세포에 미토콘드리아를 주입한 뒤 이 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미토콘드리아 자체를 주사로 체내에 넣는 방식이다.
초기 미토테라피 연구는 불임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뤄졌다. 체외수정(IVF) 과정에서 착상과 수정이 원활히 이뤄지게 하기 위해 난자에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삽입했던 것이다. 난임 여성의 난자를 채취한 뒤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난자의 세포질 속으로 주입하는 방식이 그렇다. 이스라엘, 스페인, 중국 등에선 이러한 방식으로 IVF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임상이 진행 중이다.
환자 골수에서 유래한 조혈모세포에 미토콘드리아를 이식하는 방법도 쓰인다. 이스라엘 미노비아테라퓨틱스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손상으로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인 피어슨증후군 환자 7명을 대상으로 임상 1·2상을 마쳤다.
환자의 어머니 혈액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했다. 체외에서 환자의 조혈모 세포와 환자 어머니에서 얻어낸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같이 배양하면 환자의 세포 안으로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들어간다. 이렇게 정상 미토콘드리아를 획득한 환자의 조혈모 세포를 회수한 뒤 다시 환자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피어슨증후군 치료가 진행됐다.
환자의 어머니에게서 정상 미토콘드리아를 얻을 수 없을 때는 다른 사람의 태반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를 활용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이 방법으로 미노비아테라퓨틱스는 내년 임상 1상을 추가 진행할 예정이다.
환자 본인에게서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확보한 뒤 이를 체내에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미국 보스턴에선 환자의 골격근육세포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를 심장 근육조직에 국소적으로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미국 워싱턴대에선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미토콘드리아 이식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카테터를 이용해 환자 자신의 근육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를 뇌동맥으로 주입해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1상 시험이다.
미토테라피 연구개발에 나서는 기업은
미토테라피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임상에 참여했던 연구자들이 바이오 벤처 기업을 만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스핀오프한 셀비는 제임스 매컬리 미국 하버드 의대 박사와 미국 보스턴어린이병원에서 미토콘드리아 임상시험을 주도했던 시타람 엠마니 박사 등 2명이 함께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미토콘드리아 치료제로 희귀 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올해 초엔 500만 달러 규모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미노비아테라퓨틱스, 미국 미트릭스, 일본 루카사이언스 등의 회사도 미토콘드리아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아스텔라스는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개발을 위해 2017년 미국 미토브리지를, 지난해 영국 난나테라퓨틱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파이안바이오가 최근까지 120억 원 투자를 유치하며 근염, 패혈증, 암 등을 치료하는 미토콘드리아 신약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다른 사람에게서 얻어낸 미토콘드리아를 활용하는 내용으로 지난 6월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받았다.
현재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주류는 항체 기반 플랫폼 기술이다. 그다음으로 면역세포치료제와 유전자·세포치료제가 꼽히고, 최근엔 엑소좀을 이용한 신약 개발 및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미토콘드리아 기반 신약 개발은 막 첫발을 내디뎌 이 분야를 선점한 뚜렷한 플레이어가 나타나지 않았다. 신약 개발사의 발 빠른 기술 선점과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병행된다면 국내 기업이 미토콘드리아 신약 개발 레이스를 주도하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저자 소개>
인하대에서 생물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2009년 차의과대 바이오공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줄기세포를 연구하던 중 2014년 줄기세포가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손상된 다른 세포에 전달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읽고 미토콘드리아 연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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