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백혈구의 새로운 방어수단: 미토콘드리아 DNA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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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나 세균이 체내에 침입했을 때, 우리의 백혈구 중 일부는 DNA를 뿜어냄으로써 다른 세포들에게 위험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뜻밖의 경고시스템은 이번 주 발표된 한 논문에서 기술된 것으로, 병원체에 대한 인체의 반응을 재촉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면역세포들이 감염을 탐지하여 제거하는 새로운 방법인 듯하다"라고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의 폴 쿠브스 박사(선천성면역학)는 논평했다.
과학자들은 이미 '인체의 세포 중 일부가 DNA를 이용하여 감염과 직접 싸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예컨대 호중구(neutrophil)와 같은 면역세포들은 NET(neutrophil extracellular trap)라는 거미줄 비슷한 것을 형성하여, 세균을 포획하여 살해한다. 다른 면역세포들도 그와 유사한 'DNA 덫'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덫의 재료는 종종 핵(necleus)에서 유래하지만, 세포의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에서 나올 수도 있다.
이번에 새로 발표된 연구에서, 스웨덴 린셰핑 대학교의 비에른 잉엘손 박사(생화학)와 안데르스 로센 박사(면역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환자에게서 채취한 암성 백혈구'를 연구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연구진은 배양접시에서 배양되던 암성 세포에서 뭔가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비정상적인 B 세포들이 간혹 NET와 비슷한 'DNA 그물(web)'을 방출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 'DNA 그물'은 단지 '백혈병 세포의 장난'은 아니었다. 심층분석 결과, 건강한 사람에게서 채취된 B 세포도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독특한 분자패턴에 반응하여 DNA를 발사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네 가지 다른 백혈구들(T 세포, NK 세포, 단핵구, 호중구)도 'DNA 그물'을 만드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방출된 DNA들의 시퀀스를 분석해보니 핵이 아니라 미토콘드리아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과정 및 결과를 정리하여, 이번 주 《미국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기고했다(참고 1).
백혈구들이 방출하는 미토콘드리아 DNA(mtDNA: mitochondrial DNA)는 여러 가지 면에서 NET와 다르다. 첫째, NET에는 항균단백질(AMP: antimicrobial protein)이 달려있는 데 반해, mtDNA에는 AMP가 없다. 둘째, 호중구는 NET을 발사한 후 종종 사망하는 데 반해, mtDNA를 발사한 세포는 살아남는다. "mtDNA를 발사한 세포가 살아남는 이유는, 미토콘드리아가 보유한 여분의 DNA를 방출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세포들은 mtDNA 중 일부를 보존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로센 박사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궁금한 게 있다. 항균단백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mtDNA 그물은 어떻게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걸까?
"mtDNA 그물은 병원체를 직접 살해하는 대신, 면역세포 간의 신호로 사용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즉, mtDNA는 다른 백혈구들을 자극하여 1형인터페론(type I IFN)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하게 하는데, 이 단백질은 인체로 하여금 바이러스 및 일부 세균과 싸우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연구진은 mtDNA의 경고신호를 접수하는 수용체 단백질을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인체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동원하여 위협을 확인한 다음 다른 세포에게 통보하는데, 우리는 그와 유사한 세포 간 신호전달시스템을 발견했다. mtDNA를 이용한 경고의 장점은 빠르다는 것이다. 다른 면역반응들은 전형적으로 몇 시간, 심지어 며칠이 걸리지만, mtDNA는 몇 분 만에 방어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속달편지라고 할 수 있다"라고 로센 박사는 말했다.
"연구진은 철저한 분석을 통해 mtDNA 그물이 기존의 DNA 그물과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나 그게 감염과 싸우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면, 살아있는 동물을 이용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라고 UCSD의 빅터 니젯 박사는 경고했다.
로센과 잉엘손이 이끄는 연구진은 mtDNA 그물이 질병과 부상의 치료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다른 연구에서는 다양한 질병(예: 심장병, 특정 감염, 루푸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에 걸린 환자와 부상을 입은 환자에게서, 고수준의 '유동성 mtDNA(free-floating mtDNA)'를 발견한 바 있다. 그러나 그 mtDNA들이 이번에 새로 발견된 'mtDNA 그물'과 동일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 참고문헌
1. http://www.pnas.org/cgi/doi/10.1073/pnas.1711950115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1/white-blood-cells-launch-dna-webs-warn-inva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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