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버그 현상' 뒤집는 新이론..암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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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열 국립암센터 박사 2018 암대사 워크숍서 발표.."암대사에서 GLS1, ALDH 중요..암세포는 세포질 NADH를 미토콘드리아로 운송해 에너지로 사용..新 항암제 개발법 제시"
‘암세포는 어떤 경로로 에너지를 얻을까?‘ 100여년 전 암세포의 에너지 대사과정을 제시한 와버그 효과(Warburg effect) 이후로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연구분야다. 심지어 와버그 효과 이론조차 흔들리고 있다. 최근에는 암세포의 독특한 대사과정에 대한 기전연구와 함께 이를 겨냥한 새로운 분야의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다.
김수열 국립암센터 박사는 지난달 28일 그랜드힐튼서울호텔에서 열린 생화학분자생물학회 신약개발컨소시엄 주최 ‘암 대사 워크숍’에서 ‘Cancer Energy Metabolism: Shutting Power off Cancer Factort'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암세포가 에너지를 얻는 대사과정의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고 새로운 항암제 개발 방향을 설명했다.
김 박사는 “현재 개발되고 있는 항암제는 주로 동화작용(anabolic)을 타깃하고 있다. 단백질 생합성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과정을 건드린다. 결국 신호전달 하위에 있는 mTOR를 막거나 단백질 번역(translation)과정을 겨냥하는 항암제까지도 개발되고 있지만 신약개발에 성공하기가 쉽지않다. 반면 암의 이화작용(catabolic)을 타깃한 항암제 개발은 미미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에너지대사 분야에서만 7명의 과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했다. 오토 마이어호프(Otto Fritz Meyerhof, 1922년, 해당과정), 아서 하든(Arthur Harden, 1928년, NADH 발견)과 한스 폰 오일러켈핀(Hans von Euler-Chelpin, 1928년, NADH 발견), 오토 와버그(Otto Warburg, 1931년, 세포 호흡), 한스 크랩(Hans krebs, 1953년, TCA 회로), 프리츠 리프만(Fritz Lipmann, 1953년, Co-A 발견), 피터 미첼(Peter D. Mitchell, 1978년,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대사 화학삼투이론), 폴 보이어(Paul Boyer, 1997년, ATP 합성 기전) 등이 있다. 모두 살아있는 세포가 에너지를 공급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김 박사는 “에너지대사가 그만큼 중요하다. 다만 대부분이 정상세포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암세포에서 에너지대사 연구를 한 것은 와버그 박사가 처음이다”고 말했다. 와버그 박사는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많은 양의 포도당을 소비하며 주로 산소가 필요하지 않는 해당(glycolysis)과정을 통해 ATP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밝혔다. 실제 암세포가 정상세포에 비해 산소 소모량이 적다는 사실과 암 환자에서 젖산(lactate)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관찰해 암세포가 정상세포와 다른 대사경로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이를 와버그 효과(Warburg effect)라 부른다. 와버그 박사는 이러한 현상은 암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가 망가져 있기 때문이며 이것이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암세포 대사에 관한 이론은 해당과정 증가, 미토콘드리아 손상, 산화적 인산화(OXPHOS, oxidative phosphorylation) 감소 등을 대변하는 와버그 효과로 설명돼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현상을 뒤집는 이론들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암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는 정상이며, 대부분의 ATP를 OXPHOS를 통해 생산한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암세포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의미다.
올해 1월 미국 스노버드(snowbird)에서 열린 암대사 키스톤 심포지엄에서는 “암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는 더 이상 망가져있지 않다. 정상이다”고 선언했다. 와버그 효과의 일부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실제로 유방암 세포(MCF-7)에서 에너지 대사의 91~92%가 산화적인산화(OXPHOS)로부터 생성된다는 사실이 2014년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Biochemistry & Cell Biology' 저널에서 발표됐다. 김 박사 연구팀도 2016년 Oncotarget에 발표한 연구에서 미토콘드리아의 막전위(membrane potential)가 암세포에서 더 활발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정상세포는 탄소 6개짜리 글루코스를 기본적인 빌딩블록을 만드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암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은 무엇일까? 2008년 Pierre Sonveaux 연구팀은 암 대사에서 젖산(lactate)을 세포호흡의 연료(fuel)로 사용한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기했다. 암세포가 저산소상태(hypoxia)에서는 글루코스를, 정상산소상태(normoxia)에서는 젖산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결국 젖산이 만들어지려면 피루브산(pyruvate)을 거친 후 미토콘드리아에서 TCA 회로를 통과해야한다는 얘기다. 이 연구에서도 와버그 효과와 달리 암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가 정상 작용을 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2017년에는 인간 폐암세포에서 최초로 젖산 대사에 대한 연구가 발표됐다. 당생성 과정(glycogenic)을 통해 글루코스에서 만들어진 피루브산이 젖산이 되면 다시 피르브산이 되고 TCA 회로를 통해 글루타민, 지방산(fatty acid) 등 바이오매스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젖산이 지방산 합성에 중요한 탄소 소스일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험에서 실제 ATP를 측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글루타민은 어떨까? 글루타민 역시 에너지원이라기보다는 TCA 회로를 통해 지방산(fatty acid)으로 간다는 이론이 주로 자리잡고 있다. 2015년 Nature Cell Biology 리뷰 논문에서는 ‘글루타민 대사(glutaminolysis)는 암 생존에 중요하지만 주요 에너지 공급원이 아니다‘고 서술했다. 영양분(nutrient)이 충분할 때는 글루타민이 lipid 합성으로 빠지는데, 영양분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글루타민도 없기 때문에 대음세포작용(macropinocytosis)이나 자가포식작용(autophagy)을 통해 조달받아서 사용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진짜 암 대사의 주요 에너지원은 어디서 오는 걸까? 김 박사는 Nature Reviews Cancer 저널에 ‘Cancer metabolism: fatty acid oxidation in the limelight’ 제목으로 발표된 리뷰 논문을 소개했다. 그는 “이 논문은 fatty acid oxidation이 주요 에너지원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NADH는 세포질과 미토콘드리아 모두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세포질에서 생성될 때는 세포질로 넘어가는 수송체(transporter)가 필요하고, 미토콘드리아 내에서 생성될 때는 NADH가 OXPHOS에 의해 ATP를 만든다. 주요 골자는 lipid가 주요 에너지원이라고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수행한 두 가지 연구도 소개했다. 첫째, 글루타미나아제(Glutaminase 1, GLS1)가 폐암세포에서 발현이 높고 중요하다. 비소세포폐암 세포에 GLS1 siRNA 또는 GLS1 저해제(BPTES)를 처리하니 ATP와 NADH가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 연구는 78종류의 암 세포주에서 대사 저해제를 처리한 스크리닝을 통해 발견했으며 2016년 Cell death and disease 논문에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비소세포폐암이 ATP를 생산하기 위해 세포질에서 만들어진 NADH에 상당히 의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GLS1은 비소세포폐암에 glutamate를 제공함으로써 전자를 세포질에서 미토콘드리아로 수송해주는 말산-아스파르트산 셔틀(malate-aspartate suttle, MAS)을 통해 세포질 NADH가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해 ATP 생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동물실험에서 GLS1 저해제 BPTES와 화학항암제 5-플루오로우라실(5-FU)를 병용투여했을 때 항암종양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도 확인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폐암에서 TCGA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알데히드탈수소효소(ALDH, Aldehyde dehydrogenase)가 폐암에 많이 발현돼있고, ATP 생성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2016년 Oncotarget 저널에 발표됐다. 김 박사는 “ALDH 저해제를 처리하니 암세포에서 ATP 생성이 현저히 감소했다. 폐암세포에서 ALDH 저해제 단독 또는 다른 약과 병용 처리시 세포사멸이 일어났다. 정상세포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ALDH가 정상세포에서와 달리 암세포에서는 ATP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연구는 ALDH가 세포질에서 NADH를 생성하고, 미토콘드리아로 수송시켜 ATP를 합성한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교모세포종 동물모델에서도 ALDH 저해제를 통해 항암효과를 확인했다. ALDH 저해제인 고시폴(gossypol)과 미토콘드리아 컴플래스I 저해제인 펜포르민(phenformin)을 병용 투여하자 암세포의 증식과 정상적인 뇌조직으로의 침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 연구는 강석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수행해 ‘Neuro-Oncology' 저널에 2017년 발표했다. 에너지대사 작용을 차단해 암세포의 성장을 막고 사멸시키는 항암제 원리인 것이다.
두 연구에는 공통점이 있다. 김 박사는 “첫 번째 연구는 GLS1 저해제를 통해, 두 번째 연구는 ALDH 저해제를 통해 암세포의 ATP 생성에 대한 기능을 확인했다. 두 연구의 공통점은 말산-아스파르트산 셔틀(malate-aspartate suttle, MAS)이다. 암세포가 ATP 공급을 위해 세포질 NADH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상세포에서는 TCA 회로가 돌아가기 때문에 글루코스로부터 NADH 만들어 ATP를 합성한다. 반면 암세포에는 ALDH가 fatty acid oxidase와 관련해 중간 역할을 하고, 세포질에서 만들어진 NADH가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 ATP 합성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산화적 암 대사조절을 통해 항암제 개발에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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