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에서 희귀질환 치료 해법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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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산소 과다 생성 땐 세포 괴사
폐섬유화증·희귀 질환 등 유발
미토콘드리아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발성 폐섬유화증부터 황반변성까지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미토콘드리아가 지목되면서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미토콘드리아를 겨냥한 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오 기업은 아직 10여 개에 불과하지만 향후 관련 연구개발이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염증성 질환 유발
미토콘드리아는 인체가 에너지로 쓰는 물질인 아데노신삼인산(ATP)을 생산하는 세포 내 소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는 ATP를 생산하면서 활성산소를 배출한다. 세포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의 90% 이상이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들어진다.
평상시에 미토콘드리아는 활성산소 농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그러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칼슘이 미토콘드리아로 유입되는데 칼슘이 많이 쌓일수록 미토콘드리아가 활성산소를 잘 제거하지 못하게 된다. 김순하 미토이뮨테라퓨틱스 대표는 “미토콘드리아 내부에 활성산소가 과다 생성되면 사이토카인이란 염증 물질이 분비되고 이게 더 심해지면 세포가 괴사한다”며 “세포막이 터지면서 세포 안의 내용물이 바깥으로 흘러나와 주변 세포에 염증을 퍼뜨린다”고 했다.
특발성 폐섬유화증, 이식편대숙주병,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등 염증성 질환과 뒤셴근이영양증 같은 희귀유전병이 미토콘드리아 이상 때문에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전체 의학 논문에서 미토콘드리아를 다룬 논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 0.2%에서 2010년 1.5%로 7배 이상 늘었다”며 “해외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미 뜨거운 분야”라고 했다.
근위축증, 바스증후군 등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인 미국의 스텔스바이오테라퓨틱스는 지난 2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일본 대형 제약사 아스텔라스는 2017년 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제 기업 미토브리지를 4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국내 기업들 관심 높아져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조금씩 이 분야에 발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 1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미토이뮨테라퓨틱스의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 ‘MIT-001’은 미토콘드리아의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칼슘이 축적되는 것을 막는다. 김 대표는 “사이토카인으로 인한 염증 반응을 억제할 뿐 아니라 세포 괴사도 막을 수 있어 적용 범위가 넓다”며 “특발성 폐섬유화증, 이식편대숙주병 등 희귀질환뿐 아니라 면역억제제, 항암보조제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3년 설립된 파이안바이오테크놀로지는 줄기세포에서 추출한 미토콘드리아를 주입해 난치성·퇴행성 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정상적인 세포는 비정상적인 세포에 미토콘드리아를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다”며 “류머티즘 관절염, 근질환, 허혈성 질환 등에 효과가 뛰어나다”고 했다. 이 회사는 미토콘드리아를 강화한 면역세포를 활용해 항암제도 개발 중이다.
영진약품은 자체 개발한 유전성 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제 ‘KL1333’을 스웨덴의 바이오 기업 뉴로바이브파마슈미컬에 2년 전 4200만달러에 기술수출했다. 지난 3월 영국에서 임상 1상 환자 등록을 시작했다. 영진약품에서 이 파이프라인을 개발했던 직원들은 2017년 엘마이토테라퓨틱스를 설립해 미토콘드리아 표적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세포 내 에너지 생산과 대사를 관장하는 미토콘드리아의 문제를 해결해 병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토콘드리아
생물체가 사용할 에너지원을 생성하는 세포 내 소기관. 포도당을 분해해 에너지원인 ATP를 만든다. 최근 암, 황반변성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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