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치료제 세계 첫 임상… 면역세포 치료-항암제까지[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2022.04.25 10:38 2,77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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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세계 첫 임상… 면역세포 치료-항암제까지[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 세포 내에 있는 작은 기관이다.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ATP)를 생성하고 염증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다양한 장기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1만 명 중에 1명 정도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뇌, 신경 및 근육 계통의 이상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호흡이 불안해지는 증상이 특징적이다. 진단이 쉽지 않아 제대로 병명을 알지 못하는 상태로 지내는 경우도 많다. 이 밖에도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영향을 끼치는 질병은 많다. 예컨대 당뇨나 난청 환자 중에서도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주요 원인인 경우가 있을 정도다.

최근 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세포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해 희귀질환과 만성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그런 것들이다. 2019년 엄마의 미토콘드리아를 환자의 혈액줄기세포에 넣어 피어슨증후군(빈혈과 췌장 분비 기능 이상 등을 보이는 다발적 전신 이상증) 치료에 이용한 이스라엘의 ‘미노비아 테라퓨틱스사’와 2018년 환자 조직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를 심장 손상 부위에 주입해 허혈성 심장질환을 치료한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 등이 있다.

○ ‘PN-101’ 국내 여러병원서 임상 시작

서울 중구에 있는 파이안바이오테크놀로지(대표이사 한규범)는 탯줄 유래 줄기세포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로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사람의 탯줄에서 줄기세포를 뽑아 배양 증식한 뒤 여기에서 미토콘드리아만 분리해 내어 환자에게 정맥 투여하는 방식이다.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파이프라인은 자가면역성 희귀질환인 다발성근염·피부근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PN-101’이다.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은영 교수 팀과 3년간 공동 개발한 뒤 작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1/2a)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이는 사람 줄기세포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를 임상에서 사용하는 세계 첫 상업 임상이다. 최근 첫 대상자 투약이 이루어졌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다기관 임상으로 시험 계획이 변경 승인돼 한양대병원(류마티스내과 유대현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류마티스내과 김현숙 교수)에서도 임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발성근염·피부근염은 정확한 발병 기전 및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희귀질환으로 염증성 근육병증에 속한다. 다발성근염은 목과 어깨 허리 엉덩이 다리 등의 근육이 염증반응으로 약화되는 질병이다.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계단을 올라가는 동작, 머리를 빗는 동작 등이 어렵게 된다. 피부근염은 근력 저하에 앞서 매우 특징적인 피부 발진이 먼저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어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파이안바이오는 본격적인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임상시험을 위해 자체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향후 다른 미토콘드리아 관련 난치성 질환으로도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줄기세포 연구하다 미토콘드리아로 관심
크게보기한규범 대표가 미토콘드리아 활용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다리로 피가 적게 흐르는 하지허혈 질환을 가진 동물을 대상으로 줄기세포와, 줄기세포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로 효능을 비교하는 실험 논문 덕분이었다. 미토콘드리아의 효능이 훨씬 좋게 나왔다. 한 대표는 “줄기세포 치료는 효과가 있으나 정확한 기전이 밝혀진 것은 아니고 줄기세포가 어떤 환부에서 어떤 재생 기능을 돕는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는데, 그 재생의 핵심에 미토콘드리아가 있을 수 있다는 논문들과 자체 기초연구에 기반하여 미토콘드리아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줄기세포가 자신의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손상된 다른 세포에 전달해 대사 기능을 복구시킨다는 내용의 논문이 다수 발표되고 있다. 마치 환자에게 수혈을 해 주듯이 한 세포가 다른 세포에 미토콘드리아를 넘겨주는 것이다.

한 대표는 2013년 10월 파이안바이오를 설립하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미토콘드리아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한 대표는 서울대를 나와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LG생명과학 책임연구원, 차바이오텍 바이오개발본부장 사장 등을 지냈다. 한 대표를 포함해 총 24명의 파이안바이오 임직원은 박사 5명, 석사 12명, 학사 7명이다. 상임고문인 이홍규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미토콘드리아학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줄기세포에서 추출한 미토콘드리아를 치료제로 활용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미토콘드리아 제조 공정 기술과 제형, 치료 부분에서 특허를 잇달아 출원하였다. 외래 미토콘드리아를 세포로 전달하는 방법, 분리된 미토콘드리아를 포함하는 주사용 조성물 등 10개의 특허를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도 등록했고, 7건은 출원된 상태다.

파이안바이오는 동물실험에서 분리된 미토콘드리아를 혈관에 주입했을 때 형광단백질이 부착된 미토콘드리아가 모든 장기 부위에서 발견됐고, 세포 안으로도 들어가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손상된 부위로는 더 많은 미토콘드리아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최초로 관찰하기도 했다. 또 이식된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는 것을 밝히고 논문으로도 발표했다.
○하나벤처스 등서 현재까지 120억 투자
크게보기파이안바이오는 미토콘드리아를 활용해 면역세포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암 환자의 허약해진 면역세포에 미토콘드리아를 주입해 활성화시킨 뒤 암 환자에게 다시 넣어 주는 개념이다. 암세포 살상 능력을 향상시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능력을 추가한 면역세포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더 나아가 암세포만 사멸시키는 변형된 미토콘드리아도 만들 계획이다. 세포 내로 잘 들어가는 미토콘드리아의 특성을 활용해 미토콘드리아 표면에 특정 암을 찾아가는 항체를 부착시키고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를 함유하게 한 변형된 미토콘드리아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혈소판에서 추출한 미토콘드리아를 첨가한 장기(臟器) 보존액도 개발 중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첨가된 보존액이 세포 사멸을 억제해 장기 기능 보존에 효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특허 출원 중이다.

현재까지 파이안바이오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하나벤처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120억 원을 투자했다. 임상 및 비임상 시험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시리즈B 투자는 5월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박민현 교수 팀과 소음성 난청 동물실험에서도 고무적인 개선 결과가 나오는 등 미토콘드리아를 활용한 치료제 시장의 가능성은 넓다”며 “국내외 유명 제약 기업들과 공동 개발과 기술 이전 계약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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